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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

W. 미지

방찬이 잠깐 호주로 와 한국구경을 하고싶다던 필릭스를 드디어 한국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필릭스가 방찬과 함께 한국에 온 날 간 곳은 다름아닌 찬이가 알고있는 잘생긴 후배에 자취방이었다. 자취방은 그렇게 넓지도 않았고 진짜 딱 한명이 쓰기에 딱 맞는 자취방이었다. 찬이 그 자취방에 필릭스를 데려온 이유는 찬은 대학생활에 찌들어있느라 필릭스를 못봐준다. 한국구경을 맡는건 그 후배고 한국으로 데려오는건 찬이의일이다. 아직 한국어에 미숙한 필릭스기 때문에 한국어도 알려줘야되고 밥도 챙겨주고 해야하지만 찬이는 하루하루가 바쁜 대학생이기 때문에 요리도 할 줄 알고 시간도 텅텅비는 후배한테 필릭스를 맡기는것이다.그 후배 이름이 이민호인데 이민호는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인싸후배가 됬다. 어머머 얼굴이 왤케 잘생겼냐 저 사람 조각인데? 오똑한 코..날카로운 턱..딱이다 라며 지나가는사람이 항상 그런 말들을 했다. 그런 이민호가 대학은 아무래도 자기랑 안맞는다며 자퇴를 선언했고 지금은 백수다.

 

 

“..저 횽 쫌 잘생겼다”

 “그치? 앞으로 너랑 같이 살 형아야”

 “진..짜요..?”

 “그래~”

찬이 눈썹을 씰룩거리며 필릭스와 대화를 했다. 찬이가 옆에서 계속 조잘조잘거리는 동안 필릭스는 이민호를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이민호는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있는 필릭스를 보며 뭘봐라고 입모양으로 말을했다. 필릭스는고개를 기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못알아들은듯 했다. 필릭스 옆에서 중얼대던 찬이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더니 필릭스와 이민호를 번갈아가며 보더니 나 갈테니까 둘이 알아서 잘해봐~ 라며 나갔다.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필릭스와 그런 필릭스를 보며 일단 소파에 앉으라며 이민호가 말을 했다.

“뭐해? 여기로 와서 앉으라고”

이민호가 멍하니 서있는 필릭스를 보며 소파를 두번 팡팡 치며 앉으라고 했다. 필릭스는 어설프게 네라고 대답하며 소파에 앉았다.

 

 

“찬이형한테 니 이름이랑 나이는 다 들었어 필릭스 올해 기준으로 하면 20살 맞지? 난 이민호고 22살이야”

”네..잘부탁드려요..”

“그래”

필릭스는 처음 이민호를 보자마자 한국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도 있구나 싶었다. 하긴 뭐 이민호 얼굴만 봐도 감탄사가 나오는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니 뭐~ 얼빠 필릭스가 가만히 있겠나.필릭스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때 그냥 그렇네 수준에 남자들만 바글바글 에이별로다 수준에 남자들만 득실득실 했는데 이렇게 쉽게잘생긴형아를 만나니 필릭스는 그야말로 행운아다. 필릭스는 이렇게 잘생긴 형과 같이 사는것, 그니까 동거한다는거 자체가 이상하고 두근거렸다. 내가 이런 잘생긴형이랑 같이 있어도 될 얼굴인걸까? 이 형이라면 쭉쭉빵빵 누나들과 같이 있어야되는거 아닐까? 라고 필릭스는 생각했지만 이민호는 그런 누나들보다 가냘프고 여리여리하고 하얗고 마른 남자를 좋아한다. 이민호는 처음 필릭스를 보자마자 자기에 이상형에 매우잘맞는 남자애가 있어 마음속으로 너무 기뻐했다. 마음속으로만.

필릭스와 이민호는 정말 아무말없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누구는 잘생겼다만 머릿속으로 백번을 외치고있고 누구는 완벽한 자기 이상형을 22년 인생 처음으로 보게됬다고 나 진짜 대단하다 라 생각하느라 말을 할 틈도 없었다. 머릿속도 시끄러운데 말까지 하면 얼마나 시끄럽고 복잡할까. 아무말도 없던 필릭스와 이민호. 멀뚱멀뚱 서로 눈치만 보다 필릭스가 드디어 말을 꺼냈다.

 

 

“횽..횽은 게이에여?”

아니 릭스야 그런 목소리로 그런 질문을 하면.. 이민호는 난감해했다. 형이 게이라는걸 알면 필릭스가 얼마나 널랄까 설마 안녕히계세요 여보세요 찬이형 이 집에서 나가고싶어. I want to get out of this house. 이딴말을 꺼내지않을까 싶어 이민호는 망설이다 드디어 말을 꺼냈다.

 

 

“응 형이 게이면?”

결국 말했다. 이민호 자신이 게이라는 걸. 좆됐다만 마음속으로 오지게 내뱉던 이민호는 초조해했다. 다리를달달 떨며 바닥만 쳐다보는데 필릭스가 입을 헤하고 벌리더니 대답을 했다.

 

 

“횽아가 게이라구요?!”

낮은 목소리에 그런 높은톤이 나올줄은 몰랐다. 이민호도 필릭스도, 듣는사람도 내는사람도 둘 다 놀랐다. 사실 필릭스는 이민호에게 첫눈에 반했다. 필릭스에게이민호란 ‘첫사랑’과 같았다. 그리고 이민호에게 지금에 필릭스란 낮은 목소리에도 높은톤이 나올 수 있는 귀여운 완벽한 이상형이다.

“어..응 형 여자 좋아 할 줄 알았어?”

“네..네 횽이라묘는..당여니 게이 그런거 아닐 줄 알았져.”

모두가 이민호를 봤을때 대답과 똑같았다. 이민호가 대학동기들과 술을 퍼마실때 자기가 게이라고 했더니 다들 놀라 굳다 니가 게이야??!!라고 외치던 동기들처럼. 필릭스도 똑같았다. 그리고 게이라는 대답을 들은 필릭스는 마음이 매우 착잡했다. 민호형이? 저런 완벽한 형이 .. 엥? 이라며 필릭스가 생각했다. 클럽가서 누나들이나 꼬시는 연하남 일 줄 알았던 이민호는 그 반대로 가녀리고 하얗고 마른 남자를 좋아하는 한 남자나 다름없었다.

“그럼 필릭스는? 넌 게이야..?”

“..네 저..게이에용..”

그리고 필릭스는 자신의 첫사랑 민호형에게 게이라고 말해버렸다. 근데 딱히 상관없지않나? 내가 게이던 뭐던 저 형도 어차피 게이이니까. 필릭스는 마음속으로 자기 합리화를 했다.

이민호는 필릭스에 말을 듣고 놀랐다. 릭스가 게이야?누가봐도 여자 좋아하게 생겼는데 라고 생각을 했다. 이민호나 필릭스나 둘 다 다를게 없었다. 서로를 보자마자 평가하고 말이 끝나자마자 온갖가지 생각을 했다. 정말로 필릭스와 이민호는 다를게 없다.

 

 

 

/

“릭스야 밥 먹었어? 안먹었음 형이 해줄게”

“횽은 요리 잘하세요?”

“그럼 잘하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거지~”

이민호는 네라는 대답 대신 요리 잘하세요? 라고 물어보는 필릭스에게 잘한다고 확실하게 믿음을 주었다. 그래도 저 말은 정말 믿을만한게 이민호는 혼자 산지 2년정도 된 사람치곤 정말 요리를 잘하긴 했다. 요리를 거의 취미삼아 하는 이민호에게 밥 국 반찬을 만드는건 기본이었으니까. 그에 반대로 필릭스는 요리를 정말 못했다. 뭐만 하면 태우고 불나고 난리나고.. 필릭스가 주방에 갔다하면 그야말로 주방은 대환장파티가 되버린다. 실제로 전에도 필릭스가 오랜만에 호주로 온 찬이형을 위해 요리를 해줬다 다 태워먹고 난리도 아니어서 방찬이 뒷처리에 요리까지 결국 다해줬다. 필릭스는 방찬을 보며 연신 머리를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어대며 미안하다 사과를 했다. 이런 똥손 필릭스에게 요리 잘하는 내 첫사랑 민호형은 그야말로 딱 자기취향이었다.

“릭스 뭐 먹을래?”

“그냥 횽아 고생 안하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거요옹..”

“그래? 알았어~ 심심하면 뭐라도 하고있어 아님 형아 요리하는 거 구경해도 좋구~”

이민호가 요리를 하는동안 심심해할 필릭스를 위해 은근슬쩍 자기가 요리하는걸 보고있으라 말했다. 그에 말에 필릭스는 당연히 굴하지않고 오케이 였다. 이민호는 간단하게 할만한 요리인 김치찌개를 해줬다. 김치 짤라서 물에 넣고 요러고 저러고 하는사이에 필릭스는 그걸 구경하며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민호가 뭘 할때마다 필릭스는 우왛 헐.. 대박 잘하셔.. 라고 박수를 치며 말을 했다. 요리하는 이민호는 그걸보며 귀엽네 라고 생각했다. 형이 요리하는게 뭔 대수라고 저렇게 박수를 칠 일인가 싶겠지만 사실 필릭스 입장에서 보면 대단하다 싶을수도 있다. 필릭스는 요리를 못하니까.

필릭스가 넋놓고 구경하는 사이에 이민호가 요리를 다끝내갔다. 국을 퍼서 그릇에 담고있던 이민호가 필릭스를 보며 밥을 퍼달라고 했다.

“릭스야 밥 좀 퍼서 저어기 그릇에 담고 물 좀 떠줄래? 숟가락이랑 젓가락도 좀 놔줘”

“넵 알겠어용”

이민호에 말에 넋을 놓고있던 필릭스가 정신을 차리고밥도 퍼서 그릇에 담고 물도 컵에 따르고 숟가락 젓가락을 놨다. 이민호는 미역국이 담긴 국그릇을 놓고 갖가지 반찬들을 놨다. 필릭스는 한국에 와 이민호네 집에서 첫 한식을 먹었다. 요리를 거의 취미로 하는 이민호답게 역시 잘하는지 필릭스가 맛있다고 말을했다.

“헐 형 너무 맛있서요”

“크큭 진짜? 맛있음 뭐 됐어~”

한국어가 아직 좀 서툰 필릭스가 이민호보고 맛있다며칭찬을 하자 이민호가 웃으며 필릭스에게 그럼 뭐 됬다라며 말을 했다. 조용히 아무말없이 식사를 하던 둘은 금방 밥을 다 먹었다.

“설거지 내가 할테니까 그릇들이랑 수저 물에 담가놔 알았지?”

“아니에용 횽아 제가 할게요옹 횽은 그냥 가만히 있어.”

한국어가 서툴러 발음을 귀엽게 하는 필릭스를 보며 이민호가 하하하며 큰소리로 웃다가 알았다며 필릭스에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혹 엄마 나 내 첫사랑 횽아가머리 쓰다듬어줬어 라며 앗싸를 작게 외친 필릭스가 본격적으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비록 요리에 뭣도 못하는 필릭스지만 이런건 그나마 할 수 있기때문에 항상 밥을 먹거나 청소를 하면 모든 필릭스가 다했다.

필릭스가 설거지를 하는 사이 이민호는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 잠에 들었다. 한가한 이민호는 새벽 5시에 자서 거의 오후 1~2시쯤 일어나 밥을 해먹는데 오늘은 필릭스와 찬이형이 집으로 와서 별로 자질 못했다. 형이랑 애 온다고 9시부터 깨있어가지고 잠을 별로 못 잔 이민호가 필릭스가 설거지를 하고있는 틈을 타 소파에 조용히 누워 잠을 잤다. 그새 설거지를 끝낸필릭스가 거실에 가니 이민호가 잠들어있어 이민호를 흔들어 깨웠다.

“횽아 여기서 불편하게 자지 말아요 침대에서 자용”

“어..응 먼저 드갈게..”

이민호가 졸린 눈을 부비며 방에 들어갔다. 티비를 보고있던 필릭스도 이제 슬슬 재미가 없어졌는지 좀 더 보고 티비를 끄고 이민호가 들어간 방에 들어갔다. 조용히 자고 있던 이민호를 필릭스가 서서 보더니 침대에 걸터앉아 자고있는 이민호에게 말을 걸었다.

 

 

“미노형 나 횽아가 너무 조아요 근데 횽은 몰라요 횽아가 내가 한국 첨 왔을때 젤 잘생긴 사람이었어용 친절하기두 하구..제 첫사랑 이에용”

“진짜?”

필릭스가 이민호에 목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민호는 그걸 보더니 크큭하며 필릭스를 비웃었다. 아직 안자고 있냐며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는 필릭스에 이민호가 안자고 있다며 말을했다.

“나 안잤어 잠들려고 했는데 니 말때 문에 깬 거야 너 방에 너무 일찍들어왔어 좀만 늦게 들어왔음 몰랐을 텐데ㅎㅎ”

 

“아...헐”

볼이 빨개진 필릭스가 손을 볼에다가 갖다댔다 다시 때며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필릭스는 방에 잠깐 나가겠다며 방문을 열고 쾅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닫혀진문 앞에서 이민호가 말을 했다.

“나도 너 좋아해 필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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